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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섬 오랑우탄 재활센터 '세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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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08-28 12:56 조회2,2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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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州<보르네오섬>=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울창한 열대림과 습지로 뒤덮여 천혜의 생물다양성 보고로 일컬어지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이 뜨거운 논란에 휘말려 있다.

야자유 농장 조성 등으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파괴된 탓에 이대로라면 15년내 처녀림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며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오랑우탄이 50년 안에 멸종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 환경단체들에 의해 거듭 제기됐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은 열대림과 오랑우탄 보호 노력이 부단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서방의 정치적 음모로 몰아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아시아태평양통신사기구(OANA) 주최로 '지속가능한 열대림 관리'라는 워크숍과 보르네오섬 사바주 오랑우탄 보호구역인 '세필록(Sepilok) 재활센터' 견학 프로그램이 12-17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회원사 기자 9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에서 4곳 뿐이라는 오랑우탄 재활센터인 세필록은 4천ha 규모. 이 안에는 217종의 조류와 70종의 포유동물, 400종의 원시림이 아득한 세월을 품은 채 그 원시적 자태를 드러내며 시원(時原)의 세계로 인간을 인도한다. 입구부터 하늘을 찌를듯 치솟은 우림의 풍광은 웅장했다.

이 센터의 명물은 역시 오랑우탄이다. 어미가 버렸거나 상처입은 오랑우탄 새끼들이 센터의 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정글로 보내진다. 센터의 초입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관리자들이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주는 이벤트가 펼쳐진다. 몇마리의 오랑우탄들이 양동이에 든 바나나와 사과를 꺼내먹다가 나무와 나무를 잇는 로프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로프를 잡고 공중곡예를 펼친다. 관광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말레이시아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을 뜻한다. '숲 속에 사는 인간'인 것이다. 실제로 오랑우탄은 유전학적으로 사람과 96% 이상이 같다고 한다. 긴 팔을 늘어뜨리고 나무 위를 옮겨다니다가 멈춰, 관광객들에게 보내는 지긋한 그들의 시선은 인간의 것과 무척 닮았다. 세필록 재활센터에서 오랑우탄은 인간의 보호 속에 평균 60세까지 살 수 있다.

이처럼 재활센터는 오랑우탄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에 의해 제공되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서식지인 셈이다. 오랑우탄을 '우리의 형제'라고 부르는 가이드 존은 "오랑우탄은 조용한 성격을 가진 인간의 사촌"이라며 "한번 기억한 관광객이라면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1년 뒤 다시 찾아오더라도 알아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필록 재활센터는 말하자면, 보호구역에 불과하다. 보호구역 밖에서 서식하는 대개의 오랑우탄은 멸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00년 18만 마리에 달했던 보르네오섬의 오랑우탄은 2006년 4만1천마리로 급감했으며 20-50년내 멸종할 것이라는 유엔과 서방 환경단체들의 경고가 나와 있다. '숲 속에 사는 인간'과 '인간'간의 갈등, 즉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이 우울하면서도 심각하게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인간들의 불법적인 벌목과 야자유 생산을 위한 농장 조성이다. 디젤과 섞은 야자유와 야자유에서 추출한 에탄올은 전통 화석연료를 대체할 이상적인 바이오디젤로 인식, 말레이시아는 최근 야자유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는 1천650만t의 야자유를 생산할 계획이며 이는 서방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유엔은 '오랑우탄의 마지막 설 자리 : 비상상황'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열대림이 야자유 농장 조성으로 인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면서 2002년 처녀림의 거의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열대림의 98%가 결국 파괴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그렇다면 오랑우탄의 저지대 거점은 제거되고 오랑우탄은 멸종 위협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사바 주정부의 마헤디 안다우 야생국장은 14일 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탄중아루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목재생산을 위한 벌채와 농지확보, 화재, 포획 등으로 오랑우탄의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터전을 잃은 오랑우탄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짝 인접한 농장을 공격하고 이에 농장측이 몽둥이와 올가미 등으로 오랑우탄을 잔인하게 포획하면서 오랑우탄과 인간의 갈등은 끔찍한 피를 부를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사바주의 다툭 세리 무사 하지 아만 주지사는 이날 기조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야자유 농장 개발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으며 "인간에 의한 오랑우탄 사냥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오랑우탄을 죽게하는 것은 우리의 관광산업을 죽이는 일"이라며 열대림과 오랑우탄이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을 음모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는 오랑우탄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베트남 경제통신사 TTXVN의 레 부 호이 기자는 OANA 순번 의장국을 맡고 있는 말레이시아측이 열대림과 오랑우탄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서방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답변이 궁색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언론인들의 보도를 빌려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 말레이시아 지부의 보르네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라히마차 아맛 박사는 벌채와 농장운영, 오랑우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보호가 통합될 수 있는 묘안이 요구되는 시점을 맞았다면서 저지대 밀림을 복원하고 개발로 단절된 밀림을 연결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농장의 땅 일부와 개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땅을 끌어모아 야생동물의 터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 조치들이 취해지더라도 OANA 워크숍 참가 기자들은 말레이시아가 야자유 생산에 국가경제의 미래를 거는 한 오랑우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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