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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사육사를 어미로 여기는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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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11-05 15:00 조회2,3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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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린 왜 발가락도 달라?”

가금사에 근무하는 이영미(26) 사육사는 얼마 전부터 꽁지(?)가 생겼다.
출근 후면 생기는 꽁지가 행여 끼이고 치일까 문을 여닫는 것도, 도로를 건너는 것도 조심스럽다. 꽁지 길이만 3∼4m. 화장실까지 따라붙은 것이 귀찮기도 하련만 이 사육사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육사따라 조류 6마리 졸졸졸

이 사육사에게 붙은 꽁지는 최근 2∼3개월 사이에 태어난 새끼 오리와 공작, 닭 등 6마리. 나름의 순서도 있다. 가장 먼저 태어난 인도청공작 ‘향이’‘단이’‘숙이’를 선두로, 오리 ‘땜빵이’와 ‘째깐이’가 뒤뚱대며 따라온다. 맨 뒤는 다리가 짧아 늘 종종걸음을 걷는 병아리 ‘까망이’ 차지다.

저마다 색깔과 모양, 종류가 다르지만 6마리 모두 이 사육사를 생모(生母)로 생각한다. 녀석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처음 본 것도, 먹이 등을 주며 늘 곁에 있어준 것도 이 사육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리, 기러기 등 대부분의 조류는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에 처음 보게 되는 ‘움직이는 사물’을 어미로 생각한다.

최근 동물원은 조류의 인공부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육사들이 알을 깨는 과정을 일일이 점검한다. 제때 부화하지 못하는 새끼들은 알 깨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을 가장 먼저 보게 된 새끼들이 사육사를 부모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6마리는 이 사육사의 도움으로 인공부화장에서 태어났다.

●부모자식은 서로를 각인하는 것

이는 동물행동학(ethology)의 대부 콘라드 로렌츠(1903∼1989)가 확립한 임프린팅(imprinting)이론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습성은 태어난 직후 일정 기간만 나타나는데 오리는 생후 17시간, 다른 새들은 생후 50일 동안 경험한 대상을 부모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이 사람을 잘 따르는 것과 어미로 여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공포육장 김권식 사육사는 “조류 이외의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은 사람 손에 자라더라도 사람을 부모로 여기지는 않는다.”면서 “굳이 표현하면 먹을 것을 주는 다른 동물이나 친구 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6마리 새끼들은 매일 이 사육사를 따라 산책하며 흙목욕도, 일광욕도 한다. 쪼르록 어미를 따라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 가족이다. 신기하긴 사육사도 마찬가지. 이영미 사육사는 “새끼들이 어미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탈 없이 더 건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미소지었다.

임프린팅 이론을 우리식으로 번역하면 새길 각(刻) 도장 인(印)을 써 ‘각인이론’이라 부른다.

그것이 본능이든 오해로 인한 해프닝이든 부모와 자식의 연은 제 몸에 서로를 깊게 새기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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