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행복한 삶” 권리인가 사치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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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09-05 15:05 조회2,2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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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과 EU의 FTA 협상 과정에서 ‘동물복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동물복지란 인간이 동물의 기본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동물복지’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EU가 통상 조건 가운데 하나로 동물복지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교역 대상이 되는 식용 동물의 권리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동물복지의 개념을 알아보고, 동물복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과 해결 과제 등을 공부한다.
◆동물복지란=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다. 이 개념을 동물에 적용한 것이 바로 동물복지다. 동물복지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물의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인간이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동물복지론자들은 동물복지의 철학적 기초를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1748~1832)의 공리주의에서 찾는다. 벤담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히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동물도 인간과 다르게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개 다섯 가지 자유를 통해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 자유 ▶불편함으로부터 자유 ▶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 등이다. 이탈리아 로마시가 2005년 동물권리법을 제정해 관상용 물고기에게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둥근 어항에서 물고기는 계속 확대된 상(像)만 보게 돼 자칫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부각되나=EU는 농축산물의 위생 검역 과정에 동물복지란 개념을 도입하라고 우리나라에 요구했다. 예컨대 닭 한 마리당 닭장의 넓이를 현행 23㎠에서 33㎠로 늘리고, 도축 48시간 전에는 닭을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U 협상 관계자는 “EU 국가들은 동물복지를 위해 후생기준에 따라 사육·도축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든다”며 “시장을 상호 개방하면 한국에서 저비용의 낮은 후생기준으로 생산된 축산물이 대량 유입돼 EU 농가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가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웰빙’ 음식 문화 때문이다. 진주산업대 동물소재공학과 김두환 교수는 “돼지가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사육될 때 고기의 품질도 좋아진다”며 “특히 도축 전 최대 48시간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느냐에 따라 고기의 품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최근 국내 대표적 식가공업체가 생산 과정에서 동물복지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업체 측은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신선한 물과 먹이, 안락한 휴식 공간 등 일정한 사육 기준을 정한 뒤 이에 맞는 환경에서 생산된 축산물에만 인증 마크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은 어떻게=1876년 영국이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한 것이 동물 권익 보호의 효시가 됐다. 1990년대 이후 광우병처럼 사람과 동물에 모두 피해를 주는 전염병에 시달린 영국은 96년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한층 강화한 동물복지법을 시행했다. 좁은 공간에서 축산물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형 농장’이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U도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 일본과 함께 동물복지 기준을 포함한 국제교역협약을 제안했다.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농가에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게 이 협약의 골자다. 이와 함께 EU는 2009년부터 모든 가축 수송 차량에 위성추적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수송 과정에서 가축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스위스의 경우 가축을 도살할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기봉의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도축장 안에서 가축을 옮길 때 가축이 걷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운반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최근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한국동물복지협회 조희경 회장은 “개정법은 보호 대상 동물을 척추동물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동물로 한정하는데,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동물복지를 구현하려면 세부 시행 규칙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사람의 복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물복지를 신경 쓰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극빈층이 세계 인구의 6분의 1인 10억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는 사치라는 주장이다.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남대와 농촌진흥청 공동연구팀은 “동물복지를 적용할 경우 토지 면적이 현재보다 돼지는 1.28배, 한우는 2.25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에 드는 비용이 생산비에 포함된다고 볼 때 고스란히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전가될 수도 있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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